감독하는 사람이 없으니 아이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대문 밖까지 나가 천방지축 뛰어다니며 술래잡기와 숨바꼭질을 하면서 신나게 놀았다. 그러다가 까불면서 담장 위를 넘어 다니던 아이가 그만 실족하여 물이 담겨있는 아주 큰 독에 빠지고 말았다. 아이가 물속에서 첨벙거리면서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쳤으나 독이 너무 높고 커서 아이들로서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. 그냥 두면 물에 빠져 죽을 지경으로 위급한 상황이지만 황급한 마음에 아이들은 속수무책이었다.
이를 본 한 아이가 커다란 돌을 들고 와서 독을 내리쳤다. 큰 독이 깨어지자 물이 쏟아져 나와 아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. 이 장면을 지켜본 아이들은 더 큰 충격을 받았다. 저 어마어마하게 큰 독은 이 건물의 물 저장고로서 값으로도 엄청난 물건인데 이를 깨부쉈으니 훈장님이 오시면 불벼락 같은 꾸중을 감당하기 두려웠기 때문이었다.
아이들은 지레 겁을 먹고 숨을 죽이고 자리에 앉아서 독을 깬 아이의 무모함을 원망했다.
그 날 해가 저물 무렵에야 훈장님이 돌아 오셨다.
일의 자초지종을 들은 훈장님은 독을 깬 아이를 불렀다. 아이들은 자기도 불려 나갈까 두려워 모두가 쥐 죽은 듯이 엎드려 있었다.
그 때 훈장님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리자 아이들은 귀와 눈을 의심했다.
좀처럼 웃음이 없던 훈장님이 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
“사람의 생명보다 중한 것이 어디 있겠느냐. 어린 나이에 사람의 생명을 구했으니 너는 장차 나라에 큰일을 하리라.” 하며 큰 칭찬을 내리는 것이었다.
이는 사실 보통 아이들이 감행하기 어려운 용력이었다.
이 사람이 바로 고난을 무릅쓰고 중국의 사기를 써서 세상의 역사관을 바로 세운 사마천이었다.